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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영화를 보고왔다. 것도 심야로.
개인적으로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이배우의 이름세글자가 나한테 정확히 각인된건 05년 드라마 '부활'덕분이었지만, 사실 '부활'에서의 배역은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아귀나 천하장사마돈나의 아버지 역할보다 훨씬 인상깊었던 이유는 자극적인 변신이 있는 역할보다는 그닥 돋보이지 않을만한 배역에서도 맛깔난 연기로 한눈에 인상깊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었다. 물론 저뒤의 두 배역도 상당히 명연기이긴 했지만;
여튼 이배우때문에 이영화를 본건 사실이다. 영화를 보러갔을때 이영화에대한 정보는 '유영철'이 세글자만 알고서 봤다.
영화 처음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짐작가게 해주는 장면부터 이영화는 범인이 누군지를 찾고 궁금해하는 수사 드라마가 아니란걸 알게해준다.
그저 선량하게 생긴 우리동네 이웃같은 이남자의 평상시 표정을 통해, 그리고 자물쇠를 잠근 그시점부터 변해버리는 표정을 통해서 진정한 공포를 일깨워준다.
살인마는 사시사철 24시간내내 싸이코처럼 구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인마를 추적하는것은 경찰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경찰은 아니고 '전직 경찰'이다.
현재는 미인중개업을 하면서 아픈여자를 일하라고 닥달해대는 말그대로 쓰레기 '포주'다.
어딜봐도 이인간한테 돈을 버는것 말고는 다른 관심사같은것이 존재해보일것 같지는 않는다.
영화는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그야말로 돈덩어리들인 아가씨들 몇명이 행방불명되면서, 자기힘으로 그 4885를 잡으려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여자를 찾고 그러다 놈을 만나고 붙잡고 서영희의 딸을 만나고, 그러면서 점점 변화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린다.
이젠 놈을 잡는 목적은 잃어버린 돈때문이 아니다.
숨쉴틈 조차 주지않는 추격씬을 뒤로하고는 현직경찰도 아닌 인간쓰레기 포주가 잡은 살인마를 놓아주는 무능한 경찰행정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시장이 똥을 뒤집어썼을때 그 불똥이 튈것을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하정우가 구타당했을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 잡아 넣을 구실이 없어서 자백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통해 신랄하게 까고 있다.
이런 조직의 안일한 구조를 통해 우리는 이런나라에 살고있다는것을 한층 공포스럽게 말해준다.
이영화의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은 크게 필요없는 장면따위가 없다는것이다.
연쇄 살인범의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도 알짜배기 들만 나온다.(성불구, 폭력 성향, 평범한 인상, 직업 없음)
특히 아이가 우는 장면을 크게 클로즈업 하지 않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는 김윤석의 얼굴과 교차 시켜서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어 촬영한 카메라 워크는 그야말로 영화가 범해서는 안될 감정쥐어짜내기의 영역을 잘 버텨내었음을 너무도 훌륭하게 묘사했다. 핵심적인 정서만 느낄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 20분동안의 격투씬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화려한 영상미따윈 없다. 그야말로 죽고 죽이지 않으면 안될만큼의 긴박한 싸움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었다. 그야말로 '분노'라는 단어 그 자체를 표현했다고나 할까
굉장히 끔찍한 장면은 두장면 있는데 망치와 정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과 슈퍼마켓 살해 장면이다.
전자는 개인적으로도 눈을 돌리게 만들만큼 잔인했으나, 그만큼 초반부의 분위기를 휘어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인트 이기에 꼭 필요했다고 보여지는 장면이다.
후자는 이영화의 유일한 옥의티라고 할수 있는 부분중에 하나인데 그 장면 자체보다도 작위적인 상황설정이 너무도 어이없었다.
마치 슈퍼마켓 주인에게 관객의 모든 분노를 표출시키려는 의도였던것 처럼,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도 이렇게 만나는 설정은 없던것 같다. 도망가는 살인범을 붙잡고 죽여주세요. 하는 꼴이라니.... 그냥 여자가 처음에 맞아서 죽고 그씬은 없었다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씬이다.
토막살인까지하고 머리랑 팔등을 들고 도망까지 치는데도 미행을 한 박효주는 뭘하고 있었는지 여러모로 짜증나는 씬이긴했다.
어쨋든 이영화는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잡지못한 범인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잡고싶다는 일념을 관객과 교감하는 그런 부류의 영화가 아닌
인간 내면의 정서가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쓰레기가 조금은 인간적인 쓰레기로 변화하는 과정과 사람하나 못죽일거 같은 찌질이가 상상만해도 끔찍한 살인마로 변해버리는 모습을 배우들의 연기와 숨막히는 전개과정의 연출을 통하여 치밀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개인적으로 08년에 이영화 이상의 영화가 나올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두개정도의 잔인한 장면을 참아낼수만 있다면 여자들한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